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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27일차] 차명진의원의 망언...

by 하트입술 2010. 7. 28.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차명진의원의 기사를 읽었습니다. "6,300원짜리 황제의 삶"이란 제목의 기사와 그 밑에 달린 엄청난 숫자의 욕으로 가득찬 댓글들... 저 또한 분노하면서 뜨끔 하기도 했습니다. 최저생계비 온라인 체험을 한다고 하면서, 나 또한 너무 방탕하게 지출을 한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총 지출액은 96,000원. 역시나 식료품비보다는 후원금과 곗돈 때문에 이러한 엄청난 지출을 하게 되었습니다. 예상을 했던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정산을 하고 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네요.

<7월 27일 가계부>

오늘도 아침을 못 먹고 출근을 했습니다. 대신 사무실에 있던 두유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식사를 일찍 하였습니다. 오늘은 국회 본청 큰식당이나 국회 도서관 식당도 모두 메뉴가 부실하여, 의원회관 지하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하였습니다. 맛은 없지만, 제일 가까워서 선택한 곳. 오늘은 그래도 반찬이 제육볶이라 나름 먹을만 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반찬들은... 평소에는 의원회관 지하식당 가는걸 진짜 싫어하는데, 맛이 없어도 외부에서 먹는 비용의 반값 밖에 안되니 돈을 아끼기 위해 지하식당을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점심: 의원회관 지하식당>

점심식사 중 한사협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먹고 싶은 것 있으세요?"라고 묻는 전화. "먹고 싶은거 없어요."라고 대답하였지만, 2시 경 한사협 관계자 분들이 양손 무겁게 사무실에 오셨습니다. 쇼핑백 가득 담긴 빵과 김밥. 7월 초에 같이 술한잔 하자고 하셔서 최저생계비 체험 때문에 8월 이후에 자리를 갖자고 말씀드렸더니, 그 말을 기억하시고 제가 배가 고플까바 이런저런 것들을 사오신 것입니다. 정말 감동의 눈물이!! 종류별로 다양한 빵(심지어 잼까지!)과, 10줄이 넘는 김밥. 최저생계비 체험한다고 이렇게까지 신경써주시고 챙겨주실 필요까지는 없는데, 그 정성에 정말 감동 받았습니다. 하지만, 얻어 먹는 것 또한 최저생계비 지출로 산정해야 하는 규칙 때문에, 저녁식사를 대신하여 보좌관님과 함께 김밥을 먹은 것 또한 산정하였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면서 주변 분들의 따스한 시선에 고마움을 정말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배고프지?", "먹고 싶은거 사줄게" 이런 말들을 정말 많이 듣고 있는거죠. 그런 말들을 들을 때 마다 기꺼이 사주시겠다는 분들의 마음이 감사할 뿐입니다. 하지만 실제 최저생계비로 생활을 하는 수급자분들의 주변에도 기꺼이 식사를 사주겠다고 할 수 있는 이웃들이 있을까요? 사회적 네트워크라는 것은 서로 베풀 때 형성이 됩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베풀경우 그것은 사회적 네크워크 형성이 아닌 자선이겠지요. 체험 중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단 하나입니다. "이 돈으로는 정말 집에서 밥만 먹고 살 수 있겠구나." 친구나 지인들을 만나지 않고, 지인들의 경조사를 가지 않고, 후원 등을 하지 않는다면 집에서 밥만 먹고, 외부 활동을 일정 하지 않을 경우만 살수 있는 비용입니다. 지금의 최저생계비는 말이죠.

오늘 전 월드비젼, 복지국가 소사이어티에 후원금을 내고, 썅그릴라라는 친구들과의 계모임에 곗돈을 냈습니다. 그 비용이 총 9만원입니다. 주거비를 제외하고 제가 지출할 수 최저생계비의 1/3에 육박하는 비용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출은 매달 제가 꾸준히 해오던 지출이기에 최저생계비에 산정하였습니다.

다른 최저생계비 체험자 분들은 후원금, 경조사비 등을 최대한 지출을 안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는 나름대로 기준을 세우기를 제가 매달 해 오던 것들은 그대로 지출 하면서 최저생계비로 살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니 마이너스 인생이네요. 오늘 기준으로 -213,090원. 엄청난 마이너스입니다. 7월 31일 최저생계비 체험이 끝난 후 항목별로 한달동안 제가 지출한 비용에 대하여 다시 계산을 해볼까 합니다. 그 때 제가 지출한 기타비용 특히 그 중 후원금, 곗돈 등을 빼고 실제로 제가 쓴 돈을 산정하면, 마이너스는 아닐 것 같습니다. 거기다가 친구들 생일이나 경조사로 지출한 비용까지 뺸다면 아마 전 30만원 보다 훨씬 더 적은 돈을 지출했을 것입니다. 결국 인간관계를 포기하면 최저생계로 살 수 있다는 결론에 다다르는 거지요. 앞으로 남은 4일 마이너스가 얼마나 늘어날지... 요즘엔 이 부분이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입니다. 이러다간 제가 최저생계비 체험 참가자 중 최대 마이너스 금액을 찍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