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도서관 식당에 점심먹으러 갔다가 빌린 책. 최신 도서실에서 찾은 책 <보이지 않는 사람들>.
제목을 보고, 목차를 보니 이 사회의 소외계층을 인터뷰 하여 작성한 글. 그래서인지 가제가 '길에서 만난 세상 두번째 이야기'이다. 첫번째 이야기가 따로 있나보다. 그 책은 다음번에 찾아 읽는 것이 좋을 듯.
어제 저녁, 유독 고기가 먹고 싶고 배가 고팠다. 일에 집중도 잘 안되고... 그래서 8시 쯤 퇴근을 해서 집에 가는 길, 책 3권을 챙겨서 퇴근을 했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 <길 위에서 책을 만나다>, <워킹푸어>. 2권은 어제 빌린 책이고, <길 위에서 책을 만나다>는 읽다가 만 책이라 끝까지 읽으려고 퇴근 길 책 3권을 들고 갔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 (뉴타운의 그늘)
길에서 다 늙었지 뭐 (노점상)
무서운 쓰레기, 두려운 새벽 거리 (환경미화원)
수업 4시간 알바 6시간 (아르바이트 대학생)
비료와 농약 값은 배로 올랐는데 (농민)
모질고도 야박한 0.5평 (아파트 경비원)
빚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 (신용불량자)
졸업하면 군대나 가려고요 (전문계고 학생)
보이지 않는 사람들 (장애인)
시키는 건 다 했는데 (부당 해고자)
날지 못하는 새 날고 싶지 않은 새 (공부방 아이들)
이게 어디 직장이야 (대학, 아파트 등 청소원)
재영 씨의 빵과 자유 (새터민)
지하철을 타자마자 읽어 내려간 <보이지 않는 사람들>. 지하철 속 차가운 에어컨 바람 때문일가?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을 읽을 때 부터 온 몸에 소름이 돋아 났다. 내가 대학교 5년, 대학원 2년 총 7년을 보낸 동네. 서울시 동작구 흑석동. 그 공간에 사는 어느 노부부의 이야기였다.
뉴타운 때문에 재개발 지역이 되어 쫒겨나야 하는 처지의 사람들... 흑석동 제7구역 재개발 지역은 학교를 오갈 때 매일 타던 마을버스 1번의 종점이다. 나도 말로만 듣고 가보지 않은 그곳. 엄청난 경사가 있다고 선후배들 사이에 일컬어 지던 그 곳에 사는 어르신의 이야기.
"떠날 사람들 다 떠나고 이제 몇 집 안 남았지만, 내 칠십 평생에 꿈이 하나 있다면 이 집에서 살다 이 집에서 눈감는 거야. 나한테 그럴 만한 권리는 있는 것 아닌가?"
흑석동에서 7년을 보내면서도 학교에 있는 당시에는 주거권에 대하여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었다. 나는 집에서 통학을 하는 학생이었고, 그 당시에는 이렇게 급격하게 재개발이 진행될 것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원신문사 활동을 하던 2008년, 주거권 문제가 학교 내에도 크게 이슈화 되었다. 흑석동 재개발이 진행되면서 자취를 하거나 하숙을 하던 학생들이 머무를 공간이 급격하게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숙사 수용율은 정말 낮은데 반해 지방학생 비율은 매우 높았던 우리 학교, 그래서 친구들과 우리학교 다른 학생들은 흑석동을 벗어나 숙대입구, 숭실대 입구 등으로 이사를 했다. 보증금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 학생들 사정도 참 딱하게 됐죠. 대학생들은 대부분 주소를 지금 집으로 안 옮겨 놨기 때문에 이주 보상은 한 푼도 못 받았거든요. 그리고 더 큰 문제는 당장 이곳을 떠나면 월세 부담이 훨씬 커질 수밖에 없다는 거에요. 가뜩이나 비싼 등록금 감당하기도 어려운 형편에, 그나마 싼값에 살던 방에서마져 쫒겨나야 하니...."
<보이지 않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 그러나 우리가 애써 외면하는 사람들을 취재하고 있다. 노점상, 청소원, 아파트 경비원, 장애인, 아르바이트 대학생 등.
그리고 글을 읽으며 우리 사회가 약자에게 얼마나 잔인한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글을 읽으면서 깜짝깜짝 놀라고 있는...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이 정도로 심각하게 이기적이고 예의가 없게 변해버린건지...
"한번은 경비원에게 가장 큰 골칫거리인 주차 때문에 새파랗게 젊은 부부한테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삿대질은 예사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막말까지 듣고 말았던 것이다."
매일 아침, 저녁 뵙는 우리 아파트 경비아저씨. 항상 인사만 할 뿐, 그가 얼마나 좁은 공간에서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에 대해선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항상 그 곳에 있는 분이었을 뿐... 그게 얼마나 무서운 무관심인지.
국가인권위원회에서 펴내는 격월간<인권>의 '길에서 만난 세상'의 글을 모아서 낸 책 <보이지 않는 사람들>
어제 퇴근길, 정신 없이 책 읽느라 지하철 5호선 마천행을 타고, 방이역에서 내려 강동역에서 다시 상일동에서 갈아타고 집에 갔지만, 그렇게 빠져들 수 밖에 없었던 <보이지 않는 사람들>.
최근 이런 책들을 많이 읽고 있는데, 읽으면서 마음이 많이 무겁다. 지금 이 자리에서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음이 답답하여... 정말 단지 활자로만 그들을 알아가고 있는 것 같아서 결국 탁상놀음 하고 있는거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든다.
지금 하고 있는 최저생계비 체험도 마찬가지이다. 집에서 살면서 단지 지출을 줄이는 것을 최저생계비 체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것을 한 후 내가 그들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까? 어렵다. 모든 것들을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봄/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