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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김윤영)

by 하트입술 2023. 12. 7.

빈곤사회연대 김윤영 사무국장이 쓴 책 <가난한 도시생활자의 서울 산책> 

국감과 예산, 헌법재판소장 인청을 거치며 소진만 되는 것 같아 점심먹다가 채리언니가 추천해 줬던 책을 빌려 읽었다. 

김윤영 국장의 책이 자온건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읽으면 마음이 아플까봐 안 읽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담담히 읽어내려갈 수 있었던 책 

경의선 숲길과 용산, 아현, 독립문, 상계동, 서울역, 청계천, 광화문, 종로 잠실

서울에서 쫒겨난 이들이 살던 공간과 사람들. 공간의 역사와 그들의 역사. 

그저 스쳐지나가던 곳들의 이야기

마포에 살 때 매일 산책을 하던 경의선 숲길. 그 길을 만들기 위에 쫒겨난 사람들...

경의선숲길을 걸을 때면 주변에 아파트가 지어지며 내쫒긴 삶들을 기억해 달라. 더욱이 캐럴이 흘러나오는 때라면, 크리스마스에 두리반의 철문을 따고 철거반의 폭력에 맞서야 했던 기독교인 안종녀를 기억해 달라. 평당 1,300만원을 받고 쫒겨난 노부부의 집터에 평당 8000만원짜리 아파트(공덕 리더스뷰)가 들어서는 도시에서 누가 쫒겨나고 누가 그 차익을 가져가는지, 온통 아파트에 둘러싸인 경의선숲길에 멈춰 생각해보자.                                                                        -52page

20대 때 좋아라 하던, 지금은 제2롯데월드가 들어온 자리에 있었던 잠실포차 

잠실포차에 천막이나마 두를 수 있게 된 것은 2002년 월드컵 때였다. 월드컵을 앞두고 또다시 포장마차 철거를 시도하다가 결국 실패하자, 기왕이면 반듯하게 지어서 보기에 깔끔하면 좋겠다는 송파구와 롯데의 제안 때문이었다. 여러 약속을 거치며 천천히 잠실포차의 마지막 모습이 만들어졌다.                                                                                                  - 241page

석사 때 거주민 인터뷰를 하러 갔던 동자동 쪽방촌

사람들은 쉽게 거리의 인연이나 쪽방촌에서의 인간관계가 부정적일 거라 단정한다. 특히 사회복지에서 말하는 이른바 '사례관리'의 관점에서는, 독립적인 가계를 꾸리거나 사회적으로 볼 때 '괜찮은' 사람들과의 관계로 이동해야 발전이다. 하지만 동선 아저씨의 빈 병을 치워 주던 이씨의 손길이 없었다면 아저씨는 언제 발견됐을까. 가족의 동의를 기다렸다가 무연고 사망자로 화장되던 그날까지 어디서 동선 아저씨를 추모했을까. 술이 자기 몸을 무너뜨리고 있는 걸 알면서도 마음의 구멍을 메우지 못해 빈 병을 팔아 다시 술을 먹는 나쁜 버릇을 누구와 키득거리며 나눌 수 있었을까.                              - 222page

3년이 넘게 매일 출퇴근 길에 오가던 광화문역과 그곳에 있었던 부양의무제 및 장애등급제 폐지 농성장

광화문 농성장은 신기한 곳이었다. 총리 면담 요청서에 답이 없으면 오늘이라도 당장 집회를 조직하고 거리로 뛰쳐나가는 사람들이 거기 모여있었다. 전국에서 온 활동가들이 순번을 돌아가며 농성장을 지켰다. 이제 막 시설을 나와 서울로 '소풍'을 나온 사람들도 있었다. 

이 신기하고 이상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 광화문이었다. 쓰레기통 하나 찾기 어렵지만 언제나 깨끗한 도심에 우리 농성장은 새로운 일상을 들였다. 판잣집을 없앤 자리에 빌딩을 세우고, 노점상을 없앤 자리에 화단을 놓고, 구걸하는 이들에게 벌금을 매기는 도시에서 가난한 이들은 대를 이어 쫒겨났다. 장애인에게 이동과 노동을 허락하지 않는 사회는 대신 그들을 시설에 격리했다. 그렇게 정돈된 도심에 다시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이 쳐들어온 셈이다.                       -198~199page

책을 읽다 한 장에서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내 가슴에도 영원히 남을 영정들이 있다" 

근로능력이 있는 아버지가 있어 수급을 받을 수 없다는 말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애아동의 아버지

그리고 거제시청 앞마당에서 목숨을 끊은 할머니

나 또한 잊을 수 없는 죽음들...

거제시청 할머니는 어떤 상황이라 그런 선택을 하셨는지 추적을 했더니, 무직이었던 사위가 직업을 가지게 되며 수급자에서 탈락을 했고, 몇번이나 상담을 했으나 개선되지 않자 자살을 택하셨던...

출퇴근을 하며 지하철에서 읽어내려간 책

마음이 무거워져도. 내가 한 게 뭐가 있나 싶어도... 

다시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읽어야 소진이 덜 될 것 같다. 힘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