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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찬란한 태양(할레드 호세이니)

by 하트입술 2015. 10. 16.

 

 

아프가니스탄의 두 여자. 그녀들의 삶.

 

 

아름다운 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마리암은 대부분의 삶이 자신에게 친절하지 않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지막 스무 걸음을 걸으면서 조금 더 살았으면 싶었다. 라일라를 다시 보고 싶었다. 그녀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녀와 같이, 별들이 떠 있는 하늘 밑에서 차를 마시고 먹다 남은 할와를 먹었으며 싶었다. 마리암은 아지자가 커가는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다. 그녀가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하는 걸 못본다는 게 슬펐다. 그녀의 손톱을 헤나로 칠해주고 결혼식 날에 노쿨을 뿌려주지 못한다는 게 슬펐다. 아지자의 아이들과 놀아줄 수 없다는 게 슬펐다. 늙어서 아지자의 아이들과 놀아주는 건 참 좋을 것 같았다. ...(중략)...

 

마리암은 이 마지막 순간에 그렇게 많은 걸 소망했다. 그러나 눈을 감을 때, 그녀에게 엄습해온 건 더 이상 회한이 아니라 한없이 평화로운 느낌이었다. 그녀는 천한 시골 여자의 하라미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녀는 쓸모없는 존재였고,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도 불쌍하고 유감스러운 일이었다. 그녀는 잡초였다. 그러나 그녀는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은 사람으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그녀는 친구이자 벗이자 보호자로서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어머니가 되어, 드디어 중요한 사람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나고 있었다. 마리암은 이렇게 죽는 것이 그리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 나쁜 건 아니었다. 이건 적법하지 않게 시작된 삶에 대한 적법한 결말이었다.

마리암의 마지막 생각은 코란의 한 구절이었다. 그녀는 그걸 나직하게 웅얼거렸다.

"신은 진실을 갖고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 신은 밤이 낮을 가리게 하시고, 낮이 밤을 따라잡도록 하신다. 신은 해와 달을 소용이 되도록 만드셨다. 해와 달은 정해진 주기에 따라 움직인다. 그래서 신은 위대하고 용서하시는 분이다." 5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