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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서른은 예쁘다(김신회)

by 하트입술 2011. 10. 20.
서른은예쁘다무엇이든새로시작할수있는나이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김신회 (미호,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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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의 가을. 스물 아홉 요맘 때 '29', '스물아홉'으로 검색해서 나온 책을 읽었던 것 처럼.

국회도서관에서 '서른'으로 검색된 책 중 제목이 맘에 들어 빌려 읽은 책 <서른은 예쁘다>

글쓴이의 소소한 글들에 적극적으로 공감(?)하며 책을 읽어 내려갔다. 책을 읽으며 공감을 할 때, 그 공감이 큰 치유가 되기도 하는데... 이 책이 그랬다.

공감을 통한 치유를 느끼게 해준 책.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를 느끼게 해준 책.
그래서 좋았던 책. <서른은 예쁘다>

우리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건 참 힘이 세다. 그래서인지 결혼을 앞둔 사람은 온 세상이 자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가 보다. 모든 지인이 감격스러운 얼굴로 그 결혼을 축하애야 하고, 마찬가지로 기꺼이 시간을 쪼개 예식에 참석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꽤 많다는 사실에 종종 어리둥절해진다. 결혼이라는 건 당사자를 제외하곤 인륜지대사도 뭣도 아닌데, 왜 친하지도 않은 사람을 위해 서걱거리는 마음으로 봉투에 돈을 넣고 소중한 주말에 답답한 정장에 몸을 구겨 넣고 먼 길을 가야 하냐는 말이다.
(중략)
세월이 지나면 주변에 남은 사람이 고작 한 줌 뿐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그리고 언젠가 내가 결혼한다면 이런 나를 잘 알고 있으며, 이런 나라도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사람들에게만 조십스레 알리겠다고 결심했다. 낡은 전화번호부와 오래된 휴대폰 주소록까지 꺼내 보며 계획에 밑도는 하객수에 전전긍긍하진 않겠다고, 언제가 될지 몰라도 나는 적어도 '쿨하게' 결혼하고 싶다고. - 26~8 page

언젠가 퇴근길에 수첩에 결혼식에 올 사람들을 써봤다. 믿어 의심치 않고 올만한 친구들 지인들~
"대인관계가 좋다", "마당발이다", "인맥이 넓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내가 수첩에 적은 인원은 생각보다 적었다.

친구나 지인들이 결혼할 때 느낀 점. "저 사람이 나한테 왜 청첩장을 주지?"

대학 졸업 후 단 한번도 만나지 않다가 사무실로 청첩장을 보낸 친구...
인사만 하고 다니는데, 청첩장을 준 회사 동료...
그런 청첩장을 받을 때 마다 참 난감했다. "청첩장을 받았는데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리고 고민을 하다가 가지 않았다. 내가 그들의 결혼식을 가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느꼈기 때문에...
그래서 내 결혼식엔 주변사람들이 "나한테 청첩장을 왜 줬지?"이런 생각을 하게 하고 싶진 않다.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몰라도 나는 정말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서 결혼을 할테다!! ^^

십대에게도 이십대에게도 그렇듯, 삼십대에게도 사랑은 온다. 그리고 그 사랑은 이미 알 것 다 아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준다. 나이가 차고 경험이 늘어도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게 사람이라는 것을. 제법 꽉 찬 나이도, 그 동안 차곡차곡 쌓아 온 커리어도 사랑 앞에서는 털끝만큼의 힘도 없다는 것을. 행복으로 시작된 만남이 불행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 와중에도 우리는 믿어야 한다. 언제든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을. 안 그럴 것 같아도 우리는 사랑에 늘 준비된 사람이라는 것을. 그러니까 믿자. 서른에도 사랑은 온다. - 34 page

"그 사랑은 이미 알 것 다 아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깨달음을 가져다 준다" 정말.. 그렇다.
깨달음을 얻고 또 얻고 그래서 마지막 사람에겐 제일 잘 하게 되는 듯.

최근 누군가를 만나며, 과거의 그에게 내가 이렇게 했다면 헤어지지 않았겠다.
그 땐 왜 그랬을까? 이런 생각이 많이 든다.

일은 어느 사이엔가 정상궤도에 올라 직장에서의 존재감은 굳건해졋다. 저기적으로 들어오는 수입 덕에 조금만 허리띠를 조르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경제력도 생겼다. 하지만 몰두할 것이라고는 일밖에 없고, 체력도 예전같지 않아 새벽까지 부어라 마셔러 노는 것도 부담스럽고, 나자친구가 없는 한 무엇보다 그 모든 걸 어울려서 할 만한 상대가 별로 없다.
심심하기보다 뭔가에 대한 의욕이 줄었으며 불행하지는 않으나 무언가 결여되어 있는 느낌. 특별히 한 것도 없는데 몸은 피곤하고, 뭘 하려면 금세 귀찮다는 생각이 들고 주말엔 딱히 만날 사람이 없어서 집에서 텔레비전이나 보면서 빈둥대다 보면 이틀이 휙 지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리속 잡생각은 점점 불어가니 이상하기만 하다.
뭘 해도 재미없는 날들. 그게 서른일지도 모른다. 다사다난했던 연애의 기억도, 뭔가에 대한 애잔함에 가슴을 쥐어짜는 일도 없는 물 같은 시간들. 딱히 웃을 일도 없고 그렇다고 한숨 쉴 일도 별로 없는 그저 그런 날들이 어느새 진드기처럼 우리 옆에 붙어 있다. 연애를 해볼까? 아니면 선을 봐서 결혼이라도?
하지만 그렇게 감정 소모를 해야 하는 것에 매달리기에 조금은 지친 상태고, 그렇지만 뜨거운 가슴과 퉁덕거리는 심장이 없이도 몰두할 수 있는 무언가는 있었으면 좋겠고, 복잡한 머리속 역시 가끔은 내려놓고 싶고... 그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다른 게 아닌 취미라는 얘기다. 36~7 page

뭘 해도 재미없는 날들. 그게 서른.
다사다난한 연애의 기억도, 뭔가에 대한 애잔함에 가슴을 쥐어짜는 일도 없는 물 같은 시간들.
딱히 웃을 일도 없고 그렇다고 한숨 쉴 일도 별로 없는 그저 그런 날들.

서른.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 중 가장 힘들었던 한해.
일-사랑-공부. 아무것도 포기하지 않은 채 모두 함께 잘 하려고 하다가~
셋 중 그 어느것도 제대로 못한 한해. 이제는 공부에만 올인 하려고 하는데... 과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일이 조금 만 덜 바빴음 참 좋겠다.

이제껏 잘한 것보다 못한 게 많지만 소심한 변명을 한마디 덧붙이자면 이제까지 그랬듯이 조금만 더 기다려주시라는 것. 시간이 좀 걸릴지도 모르겠지만 조금씩 변해 가겠다는 것. 그리고 엄마 아빠의 마지막 소원일지도 모르는 결혼과 출산도 긍정적으로 고려해보겠다는 말씀도 덧붙여 드리고 싶다. 또한 당분간 집을 나가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을 거라고 자포자기적인 다짐도 했다. 엄마 아빠, 나는 딱히 갈 데가 없어요. 그리고 엄마 아빠도 나 시집보내놓고는 우실 거잖아. 그러니까 우리 잘 지내봐요, 네?
서른이 넘어 부모님과 잘 지내는 법은, 우리가 어렸을 때 그랬듯이 넉살 좋게 그저 치대교, 애교 부리고, 빈말이라도 잘해보겠다는 다짐을 반복하는 일밖엔 없다. 그래야 부모님도 우릴 여전히 귀여운 딸래미로 착각해주실 테니.
휴 세월이 흐를수록 얼굴만 두꺼워진다. - 47 page


틈만 나면 독립하고 싶다고 하지만.. "니 인생에 독립은 결혼이야!"라고 주장하는 부모님.
혼자 살아보고 싶은데... 독립하고 싶은데... 에구궁!

하지만 결혼을 둘러싸고 그들이 뿜어내는 얘기를 들을 때마다 어느 정도 내가 누리는 행복에 만족하며 살면서도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게 되니 이상하다. 혼자서도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생각 했는데 그게 아닌가?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라는 걸 안 하면 정말 사회적으로 루저가 되는 걸까? 직업도 있고, 가족도 있는데 남편 하나 없다고 패배감을 느낄 이유는 없지 않나. 내키지 않음에도 뭔가에 이끌려 치러내듯 하는 결혼엔 도무지 발을 담그고 싶지 않을 뿐인데. - 64 page

정말 많이 공감한 부분.
"어느 정도 내가 누리는 행복에 만족하며 살면서도 다시 한 번 뒤를 돌아보게 되니 이상하다. 혼자서도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셍각했는데 그게 아닌가?"

서른이 되니... 결혼을 하지 않은 것이 흠이 되기 시작하였다.
누구나 스스럼없이 "왜 결혼 안해?" 라고 묻는 것.
왜 남의 연애와 남의 결혼에 그다지들 신경을 쓰는건지...

신경쓰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계속 신경 쓰이는 결혼.

사랑하지 않는 결혼은 싫은데... 결혼에 대한 압박을 계속 받다가...
모든걸 포기하고 단지 결혼을 위한 결혼을 하게 될까봐 겁난다.

그러는 사이 불쑥 서글픔이 밀려 왔다. 남들을 까무러치게 할만큼 대단한 연애를 꿈꿔 온 것도 아니고, 너 죽고 나 죽자며 선혈이 낭자한 열애를 해본 적도 없다. 남에게 해코지를 한 적도 없고 범법행위를 한 적은 더더군다나 없는 내가 나엑 꼭 맞는 남자를 만나는게 왜 이리도 어려운 걸까. 날 믿는 가족과 몰두할 일이 있어도,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 생각이 늘 나를 따라다녔다... (중략)
연애할 때는 내가 좋고 네가 좋다는 사실 하나로 모든 곤란한 상황이 정리된다. 함께 있으면 즐거운 사람, 나를 사랑하고, 나조차 부족하지 않을 만큼 애정을 나누어줄 수 있는 사람이면 충분하다. 그러다 열정이 식었거나 누군가가 한눈을 팔았을 때는 못 볼꼴을 보여 가며 추한 이별을 해도 뭐, 괜찮다. 하지만 결혼은 애정만으로는 안 되는 거라는, 결혼은 사랑이 아닌 생활이라는 말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온 우리는 결혼 적령기가 되면 연애와 결혼을 구분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연애만 할 사람, 결혼을 할 사람을 가르는 것도 이십대에나 가능한 일이고, 결혼 적령기를 훌쩍 넘기고 나면 그저 남자를 만나기도 쉽지 않은 법이다. 만에 하나 어렵사리 만나고 나서도 그를 둘러싼 것들에 고민이 끊이질 않는다. 이 사람은 과연 결혼에 걸맞는 사람일까. 이 나이에 연애로만 마무리하는 게 가능할까... 이 모든 고민이 안타깝지만 애정보다는 조건과 더욱 관련되어 있다는 것. 특히 선이나 소개팅에선 그 탐색전이 노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서글프긴 해도 어쩔 수 없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만남 다음으로 생각하는 건 대부분 결혼 아니면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가 아닌가. - 90~2 page

결혼. 결혼. 결혼.
결혼이 머리 속에 들어온 순간. 연애가 어려워졌다.
연애를 하기 전 나도 모르게 결혼 상대로서 그 사람을 판단하고 있었던 것.
연애 후 결혼이지, 결혼할거란 판단 후 연애가 아닌데...

참 어렵다. 연애와 결혼.

나 역시 아직 늦지 않았을 거라 믿는다. 내 몸과 마음속에 감추고 있는 나의 또 다른 반짝임은 이미 지나가버린 게 아니라 아직 찾아지지 않은 거라 믿고 싶다. 그 생각을 다짐하듯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캠퍼스의 풋풋한 공기 속을 힘차게 걸어봤다. 십 년 후 추억할 지금을 더욱 재미있게 꾸미기 위해 이 일상을 우울함으로 보낼 시간이 없다. 마흔이 된 선배들은 지금 내 모습을 보고 이렇게 얘기 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니 나이만 됐어도!" - 217 page


반짝반짝. 잃고 싶지 않은 반짝임!!

쿨함이란 때때로 겁쟁이들에게 든든한 무기가 된다. 누군가에 의해 내 소중한 감정이 다치는 게 겁났던 나는, 사랑을 둘러싼 모든 감정에 쿨함으로 대처했다. 사랑을 발견했을 때도, 누군가를 향해 벅찬 마음으로 가슴이 터질 것 같을 때도, 사랑에게 배신당하고, 도망칠 때도 한 손엔 덜 자란 애정을, 한 손엔 쿨함이라는 무기를 든 채였다. 그래도 결국 남는 건 단단하게 지켜 온 나 자신이라는 주문을 외며 수많은 추억과 슬픔과 후회를 떨쳐버리려 애썼다. 언제부터 심장과 두뇌를 지배하던 쿨함이라는 무기. 그 무기가 날 선 칼끝이 되어 등 뒤를 향해도 결코 눈 돌리지 못했다. 그러면서 늘 사랑이 내 편이 아니라고 투덜거렸다.
매번 연애는 자기 편이 아니라고 투정하는 여자들의 특징을 알고 있다. 일할 때의 똑소리 나는 모습과 달리 자기에게 꼭 맞는 남자를 발견하는 영민함은 갖지 못하고, 인사발령과 인센티브 소식엔 누구보다 빠르지만 어느새 다가와 있는 사랑은 알아채지 못한다. 일하다 저지른 실수는 보다 발전할 미래를 위해 금방 잊어도 지나간 사랑을 되새기며 즐거운 현재의 반 이상을 한숨으로 보내거나, 상사의 책상 앞 화분엔 매일같이 물을 주면서도 나에게 정성을 쏟는 남자는 낙서 가득한 메모지보다 하찮게 여긴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냐고? 그런 게 나와 당신으 모습아닌가. 우리가 이제껏 연기해 온, 혹은 지금도 연습 중인 쿨함이 어짜피 다 그런 거 아니었는가. - 227~9 page

지난주 금요일, 일요일, 월요일 몇일 사이에 "쿨하다"란 말을 3번이나 들었다.
"역시 쿨해!" 란 말을 듣고... 그닥 유쾌하진 않았다.
"쿨하다" 칭찬일까? 아닐까?

나에게 "쿨하다"라고 한 사람들은 좋은 의미해서 한 것이겠지만...
난 그 말을 듣고 반성을 했다.

나의 어떤 면이 "쿨하다"란 느낌이 들게 한 것일까?
나는 원래 핫한 사람인데... 상처받지 않기 위해 쿨한척 한 것 아닐까...
이젠 쿨 한게 아니라 핫 해지고 싶다.

쿨해서 상처 받지 않고 얼어버리기 보단.
뜨겁게 사랑하고 재가 되어버릴지언정, 핫 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