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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얼어버린 하루

by 하트입술 2011. 2. 8.

지난 1월 17일 지식경제부는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전력피크 시간대인 오전 11시∼낮 12시, 오후 5∼6시에 난방을 중단하는 에너지절약 강화지침을 전달하고 적정 실내온도를 18℃ 이하로 유지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지식경제부의 강화지침의 내려간지 이틀이 지난 1월 19일.
SBS 8시 뉴스에서는 "'전력난 나몰라라' 실내 난방 펑펑! 국회는 한여름"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 되었습니다.

국회 의원회관의 실내 온도가 23~7도로 매우 높다는 것이 기사의 주요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의원회관이 국회 내 타 건물보다 온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국회 의원회관은 창문이 별로 없어 온도가 높아질법한(?) 건물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국회 의원회관에는 299개의 국회의원 사무실이 있는데, 콘도나 호텔 처럼 복도를 가운데 놓고 방들이 마주보고 있는 형태이고 개폐식 창문은 의원님 사무실 안에 단 2개가 전부이기 때문에 공기순환이 잘 안되는거죠. 그래서 온도가 계속 높아지는 것이구요.

물론 사람들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하겠지만, 의원회관은 건물 구조상 공기순환이 잘 안되서 국회 내 타 건물들에 비해 온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여하간. SBS 보도가 나간 후, 국회 내 건물들의 실내온도는 급격히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근무하고 있는 본청은 창문이 많아, 원래도 의원회관 보다 온도가 낮았는데 보도 이후 실내온도는... 정말 근무하기 힘들 정도로 낮아져 버렸습니다.

덕분에 설 연휴가 끝나고 업무에 복귀한 오늘.
하루종일 사무실에서 덜덜 떠느라 근무를 거의 못했네요.

연휴기간 동안 건물에 난방을 안해서(국회 건물들은 중앙난방입니다), 추울 것이라 예측은 했으나...
사무실이 복도보다 더 추운 상황이 벌어지고 만거죠.
복도에는 창문이 거의 없고, 사무실 창문이 있으니 찬바람은 들어오지, 난방은 제대로 안 해주지!

사무실에 있는 가디건, 무릎담요로 꽁꽁 싸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몸이 꽁꽁 얼어버렸습니다.

손이 시려워서 컵에 뜨거운 물을 담아 계속 잡고 있느라, 워드치는 일도 못하고...
원체 손발이 차가운지라 공기마져 차가워져버리면 제 몸에 제 손이 닿는 것 조차 싫을 만큼 손이 차가워져 버려서... 하하!

하루종일 추위에 떨어서 그런가, 아직도 몸이 으슬으슬 하네요.

오후에 사무실 온도를 쟀을 때, 온도가 18도. 에너지절약 강화지침에 딱 맞는 온도더군요.
근데... 영하의 날씨에 사무실 온도 18도는 근무할 수 없는 지경의 온도였습니다.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하루종일, "너무 춥다"가 입에 달려있으면, 일이 제대로 될까요?
손이 시려워서 키보드를 치기 힘들고, 펜을 잡기 힘들 정도라면... 과연 일이 제대로 될까요?

이명박 정부의 눈가리고 아웅 식의 '긴급 에너지절약 강화지침'.
정말이지,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 오늘 실내온도 관련해서 기사를 검색하니 이런 기사가 떴더군요. 

"1월 31일 지식경제부와 에너지관리공단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7일 발표된 '긴급 에너지절약 강화지침'에 따라 맞추고 있는 공공기관 적정 난방온도(18도)를 1도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 절약" 덕에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이 업무능률이 떨어져서 다시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거죠. 하루종일 덜덜 떨어보니, 난방이 얼마나 중요한건지 새삼 깨닫게 되었네요.

그리곤 문득 드는 생각 하나, 이 날씨에 지하철역에서 노숙을 하는 노숙인들을 얼마나 추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안을 위한 시설에 들어가지 않고 노숙을 감행하는 이유는 무얼까?
노숙인 시설을 만들어도, 노숙인들이 들어가지 않는다면 무엇을 어떻게 변경해야 할까?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실내온도로 시작하여 노숙인으로 글을 마무리하다니;;; 하하!

여하간!! 중요한건!!
국회 너무 추워요!! 온도 올려주세요!! 이대로는 일 못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