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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Book

여자나이 스물아홉 일할까 결혼할까 공부할까(김희정)

by 하트입술 2010. 11. 24.

스물아홉. 한달 조금 후엔 서른.

열아홉에서 스물이 될 땐 그저 좋았다.
빠른 생일 때문에 대학교 1학년 때에도 친구들 민증번호를 외워서 술을 마실수 밖에 없었던 그때.
그 때는 빨리 스물이 되기를 기다렸다. 당당히 민증을 보여주며 술을 마실 수 있는 날. 그날이 오길 학수고대 했던거다.

그리고 서른을 코 앞에 두고 있는 지금. 벌써 서른이라니...

사실, 빠른 생일 덕분(?)에 작년 말부터 올 초까지 친구들과 서른 기념파티도 했지만~
그래도 숫자로 서른은 내년이니... 하하!

그래서 갑자기 국회 도서관에서 스물아홉으로 검색해 2권의 책을 빌렸다. <여자나이 스물아홉, 일할까 결혼할까 공부할까> 그리고 <스물아홉 하이힐에서 내려오기>

사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보기 위해 빌렸던 책인데.. <여자나이 스물아홉, 일할까 결혼할까 공부할까> 이 책.
지금의 내 마음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같았다. 저자와 성향이 아주 많이 비슷했던 나.
가볍게 읽으려던 책에 아주 제대로 폭 빠져버렸다. 왜냐? 내가 생각하는 바를 그녀가 글로 써 놓았기 때문에!!

"외발 자전거를 탄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숨가쁘게 페달을 밟아야만 겨우 앞으로 나아가는 외발 자전거의 인생. 한순간이라도 멈춰 서면 바로 쓰러져버리는 외발 자전거처럼 바쁜 일상에 묻혀 정신없이 페달을 밟아야 비로소 쓰러지지 않고 서 있을 수 있는 일상을 내가 살고 있는 것이었다."                                                                     - 20page

남들보다 조금은 많이 바쁘게 생활하고 있는 내 모습.
8월 중순~10월 말까지 2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계속 출근. 아 단 하루 쉬긴 했구나 추석 당일날...
일이 있을 땐 일 때문에 일이 없을 땐 친구들이나 지인들 만나고, 봉사활동 하느라 정신 없이 보내는 하루하루.
정말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모습을 보며... "왜 이렇게 살아야 하지?"라고 반문 하다가도~
어느 순간 또 일 혹은 유흥에 몰입하고 있던 내 모습.
나도 모르게 가만히 서는 방법을 잃어버린 것 같은...

조금은 여유로워진 최근.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시에 퇴근하던 변하지 않는 귀가시간.
사무실 식구들과 저녁을 먹고 담소를 나누거나, 지인들과 함께 술자리를 갖거나... 혹은 혼자 영화보러 가기.
그래서 퇴근시간은 빨라졌으나 귀가시간은 동일하다.
아. 변하긴 했다. 매일 12시 넘어 들어가다가~ 11월 들어선 12시 전에 귀가한다는 것? 하하! ^^;;;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남자들이 여자보다 더 비겁하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왜 바르지 못한 것을 '아니다'라고 말하지 못할까? 별달리 좋아 보이지도 않는 자리에 왜 그토록 연연해하는 걸까? 저건 너무 '프로'답지 못하다. 적어도 프로라면 자신의 일에 좀 더 큰소리를 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들은 제스프리까지 이어져서 나는 누구보다도 큰 소리를 내며 자기 주장을 했고 이건 틀렸다고 말할 때마다 내가 프로페셔널하게 일 처리를 잘한다고 착각했었다. 외국계 회사에서 백인 남성들이 가지는 아시아 여성에 대한 막연한 환상, 즉 일본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순종적이고 부드럽고 여성스럽다'라는 착각을 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아시아 여자가 아닌 동료로 인식될 수 있게 그들보다 더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있었다."                                                                                                                    - 61page

남자들이 여자보다 더 비겁하다는 생각. 참 많이 했었다. 그들은 왜 노를 노라고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형, 동생 하며 대충 일을 뭉개버리는 것일까? 그리고 지금은 그 남자들을 조금은 이해하고 있다. "대충 뭉개는 것 또한 능력"이라는 것 까지도~

"여자가 아닌 동료"로 인식되야 한다는 강박. 이건 지금도 조금 남아있는 것 같다.
나이 많은 남자들이 득시글한 직장에서 나이 어린 여자가 파트너쉽을 형성하며 일한다는 것. 쉽진 않은 일이다.
단지 나이가 어리다고, 단지 여자라고 은근슬쩍 무시하는 사람들... 그들과 동등하게 일하려면 뭐든 같이 하는 수 밖에...
누군가 "어린 여자"라고 무시하는 걸 참지 못해서인지~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많이 거칠어진 날 발견하곤 한다.
근데... 이렇게 만든건 세상이다. 그냥 순한 양이 되면, 일을 제대로 할수 없으니 말이다.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나에게 국장님은 아직 배울 것도 많고 네가 여기서 커 나갈 가능성이 많은데 왜 나가려 하냐며 못내 아쉬워했다. 그런 국장님의 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버슨마스텔라로 자리를 옮긴 첫날, 놀랍게도 국장님은 당시 내 새 직장의 사장님께 편지를 보냈다. 
  '이 친구를 잘 부탁한다. 성격이 급하고 직선적이어서 자기 할말은 다 하는 편이나 업무에 권한을 주고 자율적으로 놓아두면 책임감 있게 처리한다'는 요지였다. 성격이 썩 고분고분하지는 않으나 믿고 맡겨두면 괜찮으니 잘 키워달라는 당부셨다. 국장님의 배려와 인간적인 따스함이 느껴졌다."                                                                                            - 86~87page

지난 월요일. 농성 때문에 시청 앞을 갔다. 그리고 첫 직장 사수였던 지금은 인권위에 계시는 이탐장님을 만났다.
그리고 우리 사무실 분들과 팀장님을 인사시켜 드렸다.
그랬더니 팀장님께서 위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순하진 않지만, 알아서 두면 잘 한다고... ^^;;;
직장생활의 A에서 Z까지 모든걸 아낌없이 가르쳐 주셨던 이팀장님. 아직도 내가 살짝은 못 미더우신가보다;;; 더 잘해야지.

" 그 선배에게 물었다. "선배, 도대체 왜 성공한 여자들은 조직적으로 정치적으로 서로를 이끌어주지 못할까요? 왜 여자들은 남자들보다 더 오래 회사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걸까요? 왜 성공한 여자들 속에서 근사한 여자를 만나기가 쉽지 않을까요?" 그 선배의 대답은 "내가 보기에 적어도 이 땅에서 성공이라는 걸 한 여자들은 남자들의 룰 속에 각개전투를 하며 홀로 살아남기 위해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어. 그러나 앞으로는 점점 쉬워질 거야. 여자가 사회에 더 많이 진출할수록 여성에게 더 익숙한 환경이 되어갈수록 더 많은 여자들이 더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 있다고 믿어"였다." -103page

이것 또한 초 공감한 내용. 여자들은 조직적으로 정치적으로 서로를 이끌어 주지 못한다.
이것을 개선하기 위해... 여성들도 서로 동지애를 가지고 끌어주고 밀어주자며 공부모임을 만들어 진행 중에 있지만...
이제 시작인 수준. 앞으로 서로 주위를 둘러보며 힘이 되어 줄 수 있게 되기를~!

부분 부분 참 많이 공감이 갔던 책.
제목만보고 별로라고 폄하하기엔 그 내용이 너무나 알찼다.
스물아홉,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그녀에게 추천하고픈 책!

그럼에도 변치 않는건. 내년에 서른이란것?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