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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국적(이중국적)을 허용하는 국적법

by 하트입술 2010. 8. 24.

지난 4월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복수국적(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었습니다.


2009년 12월 29일 정부안으로 발의가 된 국적법이 불과 6개월이 안되는 사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바로 상정이 되 통과가 된 것입니다. 같은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법률인 성년후견제 도입을 위한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비슷한 시기에 제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아무런 움직임이 없는 걸 보면, 그리고 현재 상임위별로 엄청난 법안들이 처리가 못 되어 쌓여있는 것을 보면 이게 얼마나 빠르게 진행이 되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시급을 요하는 법안도 아닌데, 갑자기 개정안을 제출을 하고 초 스피드로 본회의까지 통과하여 개정을 해버리다니... 국회에서 근무하는 저희도 모르던 사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입니다(소관 상임위 법이 아닌 경우는 이슈가 되는 법 외에는 어떻게 처리되고 있는지 저희도 잘 모릅니다.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지만, 다른 일들에 바빠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기에...). 사실 저 또한 부끄럽지만 국적법 개정안이 발의되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던 4월 23일. 본회의가 열려 여느때 같이 사무실에서 본회의장 방송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상정이 되었습니다. 이거 머지(?) 하고 듣고 있는데... 그 내용이 참 가관이었습니다.

<제289회   제8차  국회본회의 속기록  (2010년04월21일)>
 법제사법위원장대리 박민식
다음으로 정부가 제출한 국적법 일부개정안은 과학,경제,문화,체육 등 특정 분야의 우수 외국 인재의 귀화요건을 완화하고 우수외국 인재, 결혼이민자, 해외 입양인, 영주 귀국 고령 동포 등에게 복수 국적을 허용하며 복수 국적자가 국적 선택기간을 도과한 경우 등에 국적의 선택을 명할 수 있는 국적선택명령제도와 국익에 반하는 행위를 한 경우 등에 대한민국 국적의 상실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국적상실결정제도를 도입하고 국적 선택기간 내에 국적 선택을 하지 않으면 우리 국적을 자동 상실하는 현행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법률안으로서 복수 국적자라도 선천적 대한민국 국적자의 국적을 박탈하지 못하도록 출생에 의한 국적 취득자는 대한민국 국적 상실 결정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법령 정비를 위하여 2011년 1월 1일부터 시행하도록 하며 국적 선택기간 도과에 따른 국적 재취득자와 국적 선택기간에 외국 국적을 포기한 자에 대하여도 병역 의무의 이행 가능 등 일정한 조건하에 복수 국적을 허용하되 원정 출산자의 경우는 제외하는 방향으로 수정을 하였습니다......(중략)

◯ 이정희 의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입니다.
제가 말씀드릴 반대토론의 요지는 이번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 부칙 제2조제1항이 현행법 아래에서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기 위해서 외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들에 비해서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고 외국 국적을 유지한 사람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또 이 부칙이 정상적 입법절차에도 어긋나게 심의되었다는 점입니다......(중략)
그러나 개정법률안 부칙 제2조제1항은 현행법 아래에서 외국 국적에 수반될 여러 작은 이익에 매달리기보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정체성을 지키겠다는 생각으로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한 젊은이들을 실망시키는 내용입니다.
개정법률안 부칙 제2조제1항은 복수국적자로서 종전에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아서 국적을 상실한 사람이 국내에 주소를 둔 때는 이 법이 공포된 날부터 2년 내에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존 법체계 내에서 국적을 선택해야 할 시기에 외국 국적을 유지하겠다고 선택한 사람들에게도 단지 이제 앞으로 2년 동안은 대한민국 내에서 외국 국적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서약만 하면 외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고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입니다.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는 등으로 2국 이중국적자로서 성년이 되어도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하지 않는 사람들 그리고 그 가족들은 아마도 미국 시민권이 주는 혜택을 누리려고 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의원 여러분께서도 아마 기억하실 것입니다. 정운찬 국무총리께서 작년 9월 인사청문회 때 이렇게 말씀하신 바가 있습니다. 국무총리의 아드님이 몇 년 전에 미국 국적을 포기하겠다고 하셨는데 정운찬 총리는 아버지로서 “혹시 유학을 가게 되면 학비 감면이라든지 여러 가지 혜택이 있을 텐데 다시 생각해 보라.” 이렇게 아들을 만류했다고 스스로 말씀하셨습니다....(중략)
이 가족과 같은 사례가 이번 개정법률안 부칙 제2조제1항의 혜택을 받게 되는 전형적인 경우일 것입니다. 법무부의 보고에 따르면 이 해당자는 4000명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0.01%도 안 되는 극소수의 특권층이라고 불러도 무색하지 않습니다. 눈앞의 이익에 따라서 대한민국의 국적 대신 외국 국적을 선택했던 사람도 남성의 경우에는 병역만 이행하면 또 여성의 경우에는 어떤 조건 없이 이제 대한민국 국적을 다시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 부칙 조항입니다.
물론 이분들에게 갓 스무 살에 선택했어야 할 기회를 다시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법 아래에서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유지하기 위해서 외국 국적을 포기한 분들과의 형평을 생각한다면 외국 국적을 포기하게 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이것이 바로 원래, 당초에 정부가 냈던 개정법률안의 내용이었습니다.....(중략)

이어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 찬성토론.....(하략)


이중국적을 복수국적이라는 용어로 순화하여, 이중국적을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국적법 개정안! 이거 말도 안되는데, 무슨일이야??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역시나! 민주노동당 이정희의원님이 반대토론을 신청하셔서 발언을 하셨습니다. 시원하게 조목조목 반박하신 이정희 의원님의 반대토론. 그리고 그 토론이 끝난 후 손범규 의원이 그닥 타당성이 없어보이는 찬성토론을 하였습니다. 당시 발언들을 구체적으로 보고 싶으시면 위에 속기록을 다운 받으셔서 보시면 됩니다.

국적법의 찬성토론과 반대토론을 들으며, 이거 통과될 수 있을까? 통과가 안되겠지? 그러면서 법안 통과를 지켜보았습니다. 근데 왠걸! 재석 192인 가운데 찬성 156명, 반대 19명, 기권 17명으로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 수정안대로 가결되었습니다.
<국적법 일부개정법률안 반대 및 찬성 의원>
반대 의원(19인)
강창일, 곽정숙, 권영길, 김상희, 김우남, 김재균, 김진애, 박병석, 변재일, 서종표, 오제세, 이정희, 이춘석, 장세환, 조배숙, 주승용, 천정배, 최규성, 홍희덕

기권 의원(17인)
김춘진, 김효석, 문학진, 박은수, 백재현, 안민석, 양승조, 유승민, 윤영, 이강래, 이성남, 이진복, 이한구, 장제원, 최영희, 최철국, 추미애

제가 국적법 통과 당시 모셨던 의원님과 현재 모시고 있는 의원님은 두분 다 기권을 하셨습니다.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 뿌듯하기도 한. 바른 사고를 가지신 의원님을 모시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죠. 그리고 반대나 기권을 한 의원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사실이 보입니다. 거의 대다수 민주당 혹은 민주노동당 의원님이 반대와 기권을 하셨습니다. 한나라당 의원님은 윤영, 이진복, 이한구, 장제원 의원님 정도 뿐이군요... 역시 복수국적을 사랑하는 한나라당!!!

여하튼! 왜 갑자기 제가 복수국적(이중국적) 이야기를 했을까요?(본론이 넘 늦게 나온건가요?)

장관 후보자 특히 진수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박재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의 자식들의 국적포기가 복수국적(이중국적)과 밀접한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개정된 국적법에 의하면, 만 22세가 되기 전 우리나라 국적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기한(만 22세가 되는 날)을 넘겨 자동으로 국적이 포기 된 사람들은 복수국적(이중국적)이 소급적용 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적을 만 22세가 되기 전 스스로 포기를 한 경우는 소급적용이 안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즉, 다시 말하면 스스로 국적포기를 선택하지 않고, 국적을 선택해야 하는 날까지 아무런 의사표명을 하지 않아 자동으로 국적이 포기된 사람들의 경우 복수국적(이중국적)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법을 소급적용 하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에 "우리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할 아이"라는 진수희 복지부 장관후보자의 딸 또한 복수국적(이중국적)이 가능해집니다. 왜냐하면 "큰 일을 할 아이"가 국적을 포기한 시점이 생일 보다 늦기 때문이죠. 만 22세 생일 전 국적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급적용이 가능한 것입니다.

비단 복수국적(이중국적)을 소급적용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진수희 복지부 장관 후보자 딸 뿐만이 아닐 것입니다. 이 사회의 고위층이라 일컬어지는 사람들의 자식들 중 많은 수가 여기에 해당 될 것입니다. 그 중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장관 후보자들만 이 사실이 까발려 질 뿐이죠. 장관 후보자가 되면 그 사람에 대한 모든 것들이 오픈이 되 버리니까 말입니다.

국회의원, 국무총리, 장관, 차관, 청장 등... 이런 사람들의 자식들이 우리나라 국적인지 혹은 복수국적(이중국적)이나 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지 한번 싹 다 뒤집어 보면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치부이기 때문에 절대 자료를 안 줄까요? 흠... 자료 받는게 문제군요. 인사청문회를 받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자료를 줘야 할 의무가 없으니까요. 이번 인사청문회에서는 후보자들 또한 자료를 이리저리 안 줘서 문제가 되고 있지만...

노블리스 오블리쥬. 지금 같이 고위공직자들의 도덕성이 우수수 떨어져 버린다면, 조만간 고위공직자와 그의 자식들이 우리나라 국적을 가진 것 그 자체가 노블리스 오블리쥬가 될까 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