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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17일차] 비오는 하루~!

by 하트입술 2010. 7. 17.
하루종일 비가 내리다 이제 잠시 소강상태인 것 같습니다. 어제부터 비가 엄청 많이 쏟아지네요. 오늘은 정말 오래간만에 집에서 딩굴딩굴 거렸습니다. 아무생각 없이 집에서 쉰건.. 거의 두달만인 것 같습니다. 주말 마다 머가 그리 바쁜지, 5,6,7월 내내 주말에 집에서 쉴 틈이 없었네요. 끊임 없는 친구들의 결혼식과 웨딩촬영, 출근, 지인들과의 모임, SCG 활동까지! 하루에 2~3개의 약속을 소화하다가 오래간만에 집에서 딩굴거리니 여유롭고 좋습니다.

집에서만 있어서인지 오늘 지출액은 평소보다 적었습니다. 늦잠을 잔 것도 한 몫 한 것 같네요.

<7월 17일 가계부>

늦잠을 자고 오전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으로 삶은계란 2개와 바나나 1개를 먹었습니다. 그리고 책보고 영화보고 딩굴 거리다가 오래간만에 동네 슈퍼에 들렀습니다. 짜파게티가 먹고 싶어서 짜파게티 사러 간 김에 맥주랑 과자도 하나씩 샀습니다. 스스로에 대한 위안이랄까요? 평소 같았으면 지금 이 시간에 친구들과 맥주한잔 하고 있었을텐데...

                                                    <점심 겸 저녁: 짜파게티>

점심 겸 저녁으로 3시쯤 짜파게티를 끓여 먹고, 컴퓨터로 영화를 보면서 맥주 한캔 마시기... 딱 좋습니다. 집에서 한없이 늘어져 있는 것도. 예전에 장영희 교수님의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나 재능인 것만은 틀림없는 듯 하다. 내 주변을 보면 한시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주 안절부절,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런사람들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하다못해 층계라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운동을 하거나 그 시간을 이용해 책을 읽거나 정 할일이 없으면 괜히 시계를 보거나 하다못해 주위 사람들에게 공연히 짜증을 내기도 한다. 내 친구 중에는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뜨개질로 무엇인가를 짰다가 다 짜고 나면 풀어서 다시 짜는 이도 있다."

이 구절은 꼭 저를 설명하는 것 같아. 책을 읽다가 메모를 해 둔적이 있었습니다. "한시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주 안절부절, 초조해하고 불안해 하는 사람들" 저도 그 중 하나 인것 같습니다. 사실 목요일 퇴근 전, 의원열람실에서 책을 4권 빌려서 집으로 왔습니다. 금요일은 워크샵을 가느라 출근을 안하고, 토요일에는 약속이 없으니... 집에서 할일을 만들기 위해(?) 책을 4권이나 빌려 온 것이죠. 그리고 이미 집에 빌려다 놓은 책들도 몇권 있었구요.

오늘 하루를 되돌아보니 저는 또 집안에서 하루종일 생산적인 일을 하기 위해 혼자 정신없이 보낸 것 같기도 합니다. 도대체 왜 이러는지... 저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제발 좀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쓴 후에도 전... 또 무언가를 할 듯 합니다. 블로그에 다른 글을 쓰던지, 혹은 읽던 책을 마저 읽던지 말이죠.

                                                    <간식(?): 맥주와 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