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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16일차] 사무실 워크샵~!

by 하트입술 2010. 7. 16.
오래간만에 사무실에서 국감 워크샵을 다녀왔습니다. 3월에 강화도 국회 연수원으로 BooK 워크샵을 다녀온 이후 4개월만의 워크샵이었네요. 덕분에 오늘은 지출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업무상으로 먹거나 하는 것들은 최저생계비 체험 규정 상 제외이기 때문입니다.

<7월 16일 가계부>

오늘 워크샵 장소는 남한산성이었습니다. 집에서 남한산성은 집에서 여의도 보다 가까운 거리! 사무실로 출근 안하고 11시에 복정역에서 보좌관님 차를 타고 이동하였습니다. 덕분에 늦잠 자고 일어나서 사다 놓은 바나나 1개로 아침을 때웠습니다.

점심은 남한산성 밑에 있는 오리고기집. 저희방 보좌관님이 식구들과 자주 가시는 곳이라고 추천하여 간 곳입니다. 날씨가 맑았으면 좋았을 텐데, 비가 억수로 쏟아져서 점심만 먹고 카페로 이동하였습니다. 업무상 식사! 거기다 그렇게 원하던 고기! 정말 신나게 먹었습니다.

                                                  <점심식사: 오리고기, 반찬, 들깨죽>

점심식사 후 카페로 이동하였습니다. 카페에서 본격적으로 국감 관련 회의를 진행하였습니다. 저희 사무실은 국감을 앞두고 7월에 항상 의원님을 제외하고 사무실 식구들이 모두 함께 국감 아이템 선정을 위해 워크샵을 갑니다. 각자 맡은 피감기관과 관련한 국감 아이템을 선정해 와서 다른 직원들에게 이야기 하고, 서로 코멘트를 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서로 더 좋은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별로 좋지 않아 보이는 아이템은 사장되기도 합니다.

작년에는 인천에서 배를 타고 10분 정도 들어가면 있는 모도에 있는 배미꾸미라는 카페에서 국감 워크샵을 진행하였는데, 올해는 남한산성 인근에서 국감 워크샵을 진행한 것입니다. 제가 맡고 있는 피감기관은 보건복지부의 복지파트, 사회복지정책실, 장애인정책국, 저출산고령사회정책실과 국민연금공단입니다. 그래서 관련된 국감 아이템들을 선정해 가서 논의를 하였습니다.

                                                                     <워크샵 회의자료>

3시간이 넘게 진행된 워크샵 7월부터 12월까지 대략적인 일정을 공유하고, 그에 대한 의원실의 방향을 정한 후 정기국회와 국정감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였습니다. 논의 과정을 거쳐 대략적으로 각자 국감 아이템들이 어느정도 선정이 되었고, 다음주 부터는 자료요구를 하면서 슬슬 국정감사를 준비해 나가면 될 듯 합니다. 매년 하는 일이지만, 매년 이맘 때만 되면 심난해집니다. 8월이 시작되면 정신없이 바빠질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죠. 혹자들은 국회는 가을이 없다고 합니다. 국정감사 준비를 하고 국정감사를 치르고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덧 겨울이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작년 추석에도 추석 당일을 제외하곤 출근해서 근무를 했었는데, 올해는 미리미리 준비하여 추석엔 쉴 수 있기를 소박히 바래봅니다.

워크샵 진행 후 장지동에 위치한 가든파이브로 이동하여 함께 저녁식사를 하고 "나잇&데이"라는 영화를 감상하였습니다. 저희 사무실은 회식이나 워크샵 때 술을 많이 마시기 보다는 문화생활을 주로 하는 편입니다. 올 초 신년하례회 때에는 단체로 3D로 아바타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의원실들에서는 이런 저희방의 회식&워크샵 문화를 부러워들 합니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본 "나잇&데이"는 매우 재미있었습니다. 정신없이 웃으며 영화를 관람하긴 했으나, 실제로는 절대 불가능한 그런 일을 다룬 영화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녁식사: 떡볶이&계란마리>

사실, 최저생계비 체험을 시작한 후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말에, 꼭 영화는 한편 봐야지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다운을 받아서 보는 영화 말고 직접 영화관에 가서 보는 영화를 말이죠. 근데 얼떨결에 사무실에서 워크샵 겸 해서 단체관람을 하는 덕에 "문화적인 생활"을 한 것 같습니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9시. 사실, 오늘이 사무실 워크샵이라고 매우 기대를 하긴 했었습니다. 업무상 일정이기 때문에 최저생계비 산정에서 모두 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평소 양 보다 더 많이 먹은 것 같습니다. 그동안 제대로 못 먹은것(?)에 대한 보상심리랄까 그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배부르게 먹고, 마시고, 문화생활을 하며 마음 한켠이 불편하였습니다. 나는 좋은 직장(?)에 다녀서 이러한 것들을 업무상 하고 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들이 어떤 직장에 다닐까?"라고 생각을 해보니, 그들은 저와 같은 직장 보다는 비정규직이나 파견직 등으로 일할 경우가 많을 것입니다. 공무원이었다면 혹은 정규직이었다면 애초에 그들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가 되지 않았겠지요. 그래서 지금하고 있는 온라인 체험을 하면서도 지금 내가 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저와 그들은 처해있는 환경이 다르고 사회적 네트워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체험을 시작한 것은 일반인이 최저생계비로 살아봄으로써 최저생계비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 얼마나 부족한지 반증하기 위해서인데, 이 체험이 끝나고 난 후 얼마나 유의미한 데이터가 나올지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