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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15일차] 주변의 악마들~!

by 하트입술 2010. 7. 15.
아침에 출근을 하여 컴퓨터를 키고 네이트온에 로긴을 합니다. 기다렸다는 듯 창이 다다다 뜨면서 사람들이 말을 겁니다. 화제는 모두 동일합니다. "최저생계비 28,520원 밖에 안 남았네, 아직 보름 밖에 안지났는데...", "어제 만원이나 쓴거야?", "어짜피 끝이 보이는데 화끈하게 한큐에 다 써버려! 고기먹으러 가자!" 등...  별로 관심이 없는 줄 알았던 사람들까지 로그인 하자마자 말을 걸어 최저생계비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랬습니다. "아.. 다들 지켜보고 있었구나."

<7월 15일 가계부>

역시나 오늘도 출근하자마자 식단표 부터 봅니다. 오늘 국회 본청과 방문자센터는 행사 관계로 직원들 이용이 불가하다고 하였으니, 의원회관 지하식당이나 도서관 식당으로 가야 하는데... 도서관 식당 메뉴가 더 좋아 보입니다. 바로 네이트에서 말을 걸었던 친구 한명과 점심 약속을 잡았습니다. "오늘 점심 도서관 식당에서 콜?"

내일은 사무실에서 남한산성으로 워크샵을 갑니다. 국정감사 아이템 회의를 겸하여 단체로 떠나는 당일치키 워크샵입니다. 업무상이기 때문에 내일 워크샵을 가서 먹는 것은 최저생계비 산정에서 제외!! 그 이야기를 하며, 내일 원 없이 먹을꺼라고 좋아하니 친한언니가 딱 한마디 합니다. "구슬! 아주 원초적으로 변했어!" 그렇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면 원초적으로 변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점심시간. 갑자기 사무실에서 같이 방문자센터로 점심식사를 하러 가자고 합니다. 방문자센터 점심식사 가격은 2,700원. 최저생계비 체험 이후 회식 이외에는 사무실 식구들과 식사를 한 적이 없어,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무실 식구들과 헌정기념관까지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왠걸? 헌정기념관에 도착을 하니 오늘 내일은 헌정기념관 행사 때문에 방문자센터 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합니다.

헌정기념관을 나와 도서관으로 향하려는데, 보좌관님께서 "나가서 먹자!" 하십니다. 전... "나가서들 드세요. 전 도서관 식당 갈께요."라고 말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말에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는 이유부터 시작하여 서로 논쟁이 붙었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을 왜 하는가?", "평소대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등..." 결국 저 때문에 다들 도서관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다들 밖으로 나가서 더 맛있는 식사를 하고 싶었을텐데, 죄송한 마음 뿐! 도서관 식당에 도착하니 역시나, 사람이 많습니다. 오늘 헌정기념관 방문자센터 식당, 본청 큰식당 이 두곳을 외부인들이 장악(?)하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줄이 긴 것을 보고 사무실 식구들은 다시 한번 "나가서 먹을까?"라고 했으나.. 결국 줄을 기다려 도서관에서 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저는 마음이 불편할 뿐입니다. "나 때문에..."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다행이 도서관 점심식사는 너무나 맛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오랜 기다림도, 방문자센터를 들렀다 온게 모두 무마가 될 정도로 말이죠. 그리고 좀 전에 저녁식사로 어제 가져온 삶은계란 2개를 먹었습니다. 원래 어제 먹으려고 가져왔었는데, 갑자기 약속이 잡혀서 사무실 냉장고에 두고 갔던 삶은계란 2개. 저녁식사라고 먹긴 했는데... 포만감이 들거나 하진 않네요.

누군가 오늘 그랬습니다. "구슬! 너 기아체험 하는 것 같은데 왜 살은 안빠져?" 그 말을 듣고 보니 맞는 말 인 것 같습니다. 3끼를 챙겨 먹고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식사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은 전혀 안 빠지고 그대로이네요. 제가 봐도 신기하긴 합니다. 왜 그런건지... 

오늘로써 최저생계비 체험이 딱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이제 남은 날들이 절반.. 그런데 제 잔액을 보면 한숨만 나오네요. 26,020원 이 돈을 가지고 몇일을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목표로는 20일까지 이 돈으로 생활하는 것인데... 가능할런지?

아.. 최영희의원님께서 릴레이 체험을 하셨나봅니다. 그방 보좌관님께서 이 글을 보내주시네요. 의원님이 직접 작성하신 글이라는데... 감정이 절절히 닮긴 글을 보며 제 글이 너무나 부끄러워 집니다. 최영희의원님 글이 담겨있는 곳 주소입니다.

http://bbs1.agora.media.daum.net/gaia/do/debate/read?bbsId=D003&articleId=3835597

저희 의원님도 릴레이 체험을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휠체어를 타시는 관계로 장수마을 접근이 어려우시네요. 결국 장애인들은 주거비를 아끼기 위해 달동네 같은 곳에 조차 살 수 없는거죠. 최저생계비를 받고 있는 장애인들은 어디에 살고 있는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