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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14일차] 날씨와 최저생계비

by 하트입술 2010. 7. 14.
최저생계비 14일차. 비가 오락가락 하던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10,350원을 지출하였습니다. 평소보다 많이 지출한 하루였네요.

<7월 14일 가계부>

삶은계란으로 아침, 저녁을 때우는 것이 지겨워서 바나나 7개를 구매하였습니다. 퇴근이 늦은 저를 대신해서 엄마가 대신 구매해 주셨습니다. 지난번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바나나 7개를 구매해 주셔서 식료품비로 산정했습니다. 바나나 7개면 아껴 먹으면 주말까지 먹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오늘 아침은 삶은계란 2개에 바나나 1개. 출근 전 화장을 하면서 간단히 때웠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면서 그나마 다행인 것은 평소 아침에 밥을 꼭 먹는 스타일이 아니라서, 그 부분의 비용이 조금은 아껴지는 것 같습니다.

어제 고기를 부르짓다가 퇴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식단표 부터 살펴보았습니다. 마침 국회 도서관 식당 점심 메뉴가 제육볶음이네요. 다른 의원실 친구와 11시 50분에 도서관 식당을 가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최저생계비 체험 이후 저희 사무실 식구들과 점심 식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무실 식구들과 식사를 하러 가면, 점심식사 비용이 훌쩍 뛰기 때문이죠. 오늘도 사무실 식구들은 6,000원짜리 부대찌개를 먹으러 갔습니다. 하지만 전 2,500원짜리 도서관 식당!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하루에 한두명씩 번갈아가며 함께 다양한 구내식당으로 점심식사를 하러 가고 있는 중입니다. 국회 밖에 훨씬 맛있는 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위해 점심 한끼를 기꺼이 내어준 다른 의원실 친구, 선배들에게 고맙습니다.

                                                   <국회 도서관 식당 점심>

오늘 점심은 경제학과를 졸업한 친구와 함께 했습니다. 당연히 식사 도중 최저생계비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제가 381,000원으로 살고 있다고 하니 그의 반응은 "많네! 그 돈이면 충분히 살겠다". 그 말에 이런저런 설명들을 덧붙였습니다. 사회적 관계, 문화생활 등등! 그랬더니 그는 "그거 우리 세금으로 나가는거 아냐?", "그 돈이면 많은거지!" 이럽니다. 그 간 제가 하고 있는 체험에 긍정적인 분들 그리고 최저생계비가 턱없이 적다는 것에 공감하는 분들 사이에 있다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을 보니 조금은 당황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이 친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아마 우리 사회의 대다수이겠지요? 그 친구 덕분에 이 체험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최저생계비를 늘리기 위해 어떤 이유를 대면서 지금의 최저생계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습니다. 결국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최대한 타이트하게 살아도 그 돈은 부족하다는 것을 제 한달 생활으로 보여주어야 겠지요. 그런데.. 이미 조금은 방탕(?)하게 지출을 한 것 같아 후회가 됩니다.

어제부터 몸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무언가 기진맥진하고 무기력한 상태. 박카스 하나가 간절했으나.. 참고 참고 또 참고. 몸 상태가 좋지 않으니 업무 능률도 오르지 않네요. 어제에 이어 오늘까지 계속 고기 생각. 제가 고기를 이렇게 많이 좋아했었나? 싶습니다. 사실 좋아하긴 했으나.. 이렇게 이틀동안 생각이 날 정도로 좋아했었는지~ 최저생계비 체험 이후 제가 모르던 제 모습을 많이 알아가고 있습니다.

퇴근 후 친구를 기다리다  백화점에 가서 아이쇼핑을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브랜드가 세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무려 40%! 맘에 드는 것을 발견하여 가격을 물어보니 평소 가격보다 한참 낮은 가격! "와~ 사고싶다!!" 순간 고민을 하고 있는데 친구의 전화가 왔습니다. 도착했다고 말이죠. 7월 31일 까지 세일이라고 하는데... 아마 그것은 못 살 것 같습니다. 사면 안되죠. 지금 저는...

백화점에서 밖으로 나가려 하는데.. 비가 억수같이 쏟아집니다. 정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퍼붓는 비. 백화점 밖으로 나가기를 포기하고 지하 푸드코트로 갔습니다. 백화점 지하라 그런지, 대부분의 음식들 다 5,000원이 넘습니다. 저녁을 함께 먹어야 해서 나름 저녁식사비의 데드라인을 4,000원으로 잡았는데.. 마땅한 음식이 없네요. 그렇다고 친구를 굶길 수도 없고... 그 때 눈에 띈 버거킹과 KFC. 두 곳 다 만원짜리 세트메뉴를 팔고 있었습니다. 고민 끝에 버거킹에서 만원세트를 먹었습니다.

                                                        <버거킹 만원팩>

날씨가 이렇게 큰 영향을 미칠 줄이야. 돈이 없으니 실내로 들어갈 곳이 단 한곳도 없고... 그러니 공원 같은 곳을 가야 하는데, 비가 오니 그럴 수도 없고 난감한 상황. 정말 최저생계비로 사는 사람은 집에만 있어야 하나봅니다. 그걸 새삼 느낀 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