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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13일차] 고기가 먹고 싶어요!!

by 하트입술 2010. 7. 13.
지금 제 머리 속은 고기 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고기! 고기! 고기!!

잊고 있던 고기를 끄집어 낸 것은 바로, 모 의원실 모 비서관!! 본인이 고기 먹으러 간다며, 자랑을 하네요. 전 배고파 죽겠는데 말이죠. 이미 삶은 계란 2개로 저녁식사를 완료 하였건만... 이 식욕은 그칠 줄을 모르네요. 오늘 따라 왜 이다지도 배가 고픈지, 그리고 고기가 땡기는지? 다른날 보다 몸이 피곤해서인지, 진정으로 온 몸에서 단백질을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계란보다 더 센 단백질을 말이죠!!

<7월 13일 가계부>

최저생계비 13일차! 어제까지는 많이 힘들다거나 하다는 것을 느끼진 않았었는데, 오늘은 쫌 많이 힘드네요. 몸도 마음도...
오늘 아침은 삶은계란 2개로 때웠습니다(한판을 사다놔서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계란). 그리고 점심은 사무실 오찬 행사. 국회 귀빈식당 1,2,3호실을 터서 총 50여명이 참석하여 <민주당 장애인 당선자 대회>를 진행했습니다. 행사 준비와 진행 때문에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식사는 행사가 다 끝난 이후에 하고... 평소 같으면 전혀 피곤하지 않을 정도의 업무량인데, 오늘 따라 엄청나게 피곤한 것은 영양부족 때문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너무 비약이 심한가요? ^^; 그래서 간식으로 사무실에 있던 맥스봉도 먹고...(최저생계비 체험 전엔 맥스봉 가격이 얼마인지 몰랐습니다. 500원이나 하네요!)

                                                      <국회 귀빈식당 점심식사>
                
물론 오늘은 업무상 다른 날 보다 더 많은 반찬이 있는 더 비싼 밥을 먹었지만, 왜 더 허기지고 힘든건지. 그런 상태에 있는 저에게 "고기 먹으러 간다!"고 자랑을 했으니... 그 말을 들은 이후부터 머리 속엔 "고기, 고기, 고기"만 가득한 거지요. 오죽하면 메신져 닉네임을 "[구술] 최저생계비 잔액 40,220원 / 고기가 먹고파요!!"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닉네임을 보고 여러사람들이 말을 거네요. 고기 사주겠다며... 그러나 단호한 의지(?)로 모두의 제안을 뿌리치고 있습니다. "여의도가 아닌 다른 곳에 가서 먹으면 안 걸릴꺼라는 분", "사회복지사 처우개선 관련 업무협의 건으로 업무상 먹으러 가자는 분", "사회서비스 현황 논의 명분으로 먹자는 분" 등... 그 분들의 호의는 너무나 감사하지만, 진짜 업무 상 먹는게 아니라, 업무를 빙자하여 먹게 되면, 앞으로도 쭉 그렇게 될 거 같아. 거절, 거절, 거절 합니다.

사실 오늘 고기를 먹게 되면... 앞으로 쭉 무너지게 되 버릴까봐 무서워서 못 먹겠습니다. 오늘 먹으면, "아.. 까짓꺼!"하며 계속 지출을 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저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이죠. 지금 이 상황에서...

오늘은 빨리 퇴근해서 잠을 자던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일까지 해야 할 일들이 많은데, 지금 이 상황에서는 집중이 안되네요. 상실감... 그것 때문에 더 배가 고픈가 봅니다. 결국... 사무실에 있던 작은 너구리 컵라면에 물을 부었습니다. 오늘은 삶은 계란 2개로는 아무래도 양이 부족하네요.

                                                      <맥스봉과 너구리 컵라면>

문득 지난 제 지출이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갑니다. 특히 7월 3일 최저생계비 체험을 실감하지 못하고 얼떨결에 마구 낭비한 돈들... 베니건스(얻어먹은 것 1/N 이지만), 프로보노 파티 참가비, 택시비. 그 돈이면 고기 먹고도 남았을텐데 말이죠. 이제 13일차.. 아직 지난 날 보다 남은 날이 더 많은데 잔액은 38,870원.

지난 일요일 지하철 정액권을 사기위해 지출을 한 이후 잔액 4만원 대가 되면서 남은 돈을 가지고 최대한 아껴써서 20일 정도 쯤에 마이너스가 되게 지출을 하는 것이 이번주 목표인데, 이게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최선을 다해봐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