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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최저생계비 체험

[최저생계비 7일차] 즐거운 최저생계비 체험!

by 하트입술 2010. 7. 8.

7월 7일(수) 칠월칠석날입니다. 양력 칠월칠석이긴 하지만, 전국 곳곳에 비가 왔다고 하니 견우와 직녀가 만난걸까요? ^^
여의도는 하루종일 비가 안 왔는데, 여의도에선 견우와 직녀가 만나지 않았나봅니다. 음력 7월 7일을 기다려야겠어요.

오늘 또한 아침은 바나나 2개와 감자 2개로 때웠습니다. 바나나는 전에 사다놓은 바나나이고, 감자는 부모님께서 직접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지으신 감자입니다. 지난 주말에 감자를 몇박스를 수확해 오셔셔, 이젠 바나나 대신 감자와 계란으로 아침, 저녁을 때워볼까 합니다.
<7월 7일 가계부>


부모님이 농사지으신 감자이지만, 최저생계비는 책정해야 하기에 감자 1개당 250원으로 가격을 산정해 봤습니다. 부모님의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더 많이 책정을 해야 하나, 시가를 따져보니 그정도 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아침식사로 들어간 돈은 500원!

점심은 전 의원실 사수였던 현재는 W의원실에서 근무중인 친한 언니와 함께 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베트남 쌀국수를 먹으러가거나, 스파게티를 먹으러 갔을텐데 제가 최저생계비 체험을 하는 관계로 함께 국회 헌정기념관 방문자센터식당으로 향했지요. 국회 안에는 여러 건물이 있습니다. 로보트 태권브이가 나온다고 하는 파란 돔의 국회의사당(본청), 제가 근무하고 있는 의원회관, 도서관, 의정관, 헌정기념관, 후생관, 어린이집, 연수원 등 여러 개의 건물이 있는데, 오늘은 그 중 헌정기념관으로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제가 근무하는 의원회관에서 헌정기념관은 꽤나 멀리 있습니다. 넓~은 잔디밭을 지나 도서관, 의정관을 지나야지 헌정기념관이 나오기 때문이죠. 본청에 근무하는 언니를 만나 의정관을 지나 걷다가, 새로운 장소를 발견했습니다. 의정관과 헌정기념관 사이 작은 공원이 있더라구요. 국회에서 몇년동안 근무하면서 그런 공간이 있는 것은 처음 알았습니다. 점심식사하러 가는 겸, 산책도 하는 겸 공원을 지나 헌정기념관 3층으로 가니 말로만 듣던 "2700원에 한강이 보이는 식당"이 있었습니다.

최근 새로 생긴 방문자센터식당의 한끼 식사 가격은 2,700원이고 정말 몇몇 자리에서는 한강을 보며 식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메뉴는 참치김치찌개, 궁중떡볶이, 동그랑땡, 샐러드와 김치! 객관적으로 밥이 다른 식당들에 비해 맛있는 것 같진 않았지만, 한강을 보면서 먹어서 그런지 나름 운치도 있고 좋았습니다.

                                                         <헌정기념관 방문자센터 식당 점심메뉴>

3층에서 식사를 하고 1층으로 내려오니 보이는 가배두림. 평소 매우매우 좋아하는 커피체인점인데, 국회 내에는 가배두림이 두곳에 있습니다. 헌정기념관 1층, 의정관 6층에 있는데요. 가배두림을 보자 같이 간 언니가 커피를 마시자며 꼬시기 시작합니다.
 
"내가 살께 마셔!"
"언니, 얻어먹어도 가격으로 산정해야 하는데..."
"그냥 내가 강제로 입벌리고 먹였다고 하면 안되?"
"그래도... 근데 나도 아이스코레아노가 마시고 싶긴 하다..."

                                          <가배두림 카라멜 마키야또&아이스코레아노>

결국 고민 끝에 전! 커피를 얻어 마시곤 말았습니다. 쨍쨍 내리쬐는 햇빛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고 할까요? 카페인 중독인 저로썬 아이스아메리카노 없는 여름날이란, 앙꼬 없는 찐방과 같기에! 그러나 커피를 마시던 행복감은 잠시... 바로 2,000원 지출!! 얻어먹은 것도 1/N 이기 때문에... 가혹한 규정! 얻어먹는 것도 다 포함되는... 흑흑

그래도 매우 즐겁고 행복한 점심식사 시간이었기에, 2,000원 지출.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겠지요. 커피를 다 마신 후 이것을 지출 내역에 넣을 것인지 말 것인지 고민 중일 때 언니의 악마의 목소리....

"나만 눈 감아 주면 되는거 아냐? 언니가 말 안할게, 지출내역에 넣지 마!"
"언니! 이렇게 얻어먹고 지출내역에 안 넣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을거 같아... 넣어야 겠어!"
어찌되었건, 전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했습니다! 두둥!!

                                                           <국회 미니버스 타시 전 구슬냥>

그리곤 다시 의원회관으로 돌아오기 위해 처음으로 미니버스를 타 보았습니다. 국회 헌정기념관 방문자센터-도서관-본청-의원회관-도서관-헌정기념관 방문자센터를 운행하는 미니버스는 전기차라고 합니다. 올 겨울부터 지나가는 걸 보았었는데, 실제로 타본건 처음이네요. 국회 직원 아닌 것처럼 마치 소풍나온 사람인 것 마냥, 좋~다고 사진도 찍어보았습니다.

미니버스는 매 시 5분, 20분, 35분, 50분 헌정기념관을 출발하여 국회 헌정기념관 방문자센터-도서관-본청-의원회관-도서관-헌정기념관 방문자센터를 운행한다고 합니다. 항상 머무르는 국회이고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국회인데, 이 미니버스 하나가 엄청난 기분전환을 시켜주더군요.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들어와서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 저희 의원실 행정비서님이 미니버스를 타면 꼭 미스코리아처럼 손을 흔들어줘야 한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것이 못내 아쉬운... 다음 기회엔 꼭 저 미니버스를 탄 후 미스코리아처럼 지나가는 사람에게 손도 흔들어줘 봐야겠어요. 대신 공무원증은 목에 걸지 않은 채 말이죠. 마치 방문객인양!! ^^

그리고 일과 후 저녁식사!! 최근 급 친해진 W의원실 동생이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술한잔 하자는 그녀의 말에 흔쾌히 OK! 그러나 역시 걸리는 것은 돈이죠 돈! 최저생계비로 생활하면서 어떻게 술을 마셔야 할까? 치킨을 먹으러 가면 치킨이 최소 16,000원에 맥주 500c가 3000원, 유독 여의도가 다른 지역보다 물가가 쎈편인 것 같습니다. 오피스 타운이라 그런지? 혹은 비싸도 다 그냥 사먹으니깐 그런지? 여하튼! 술집을 가는 것은 바로 포기!!

대안으로 생각한 것은 맥주를 사들고 여의도 고수부지 혹은 여의도 공원으로 가는 것!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였습니다. 요즘 날씨도 적당히 좋은 것이 야외에서 맥주마시긴 딱인 날씨인거죠. 그래서 전 동생과 여의나루역 바로 옆에 있는 고수부지로 갔습니다. 물론 가기 전! 다른 의원실에서 돗자리를 빌리고, 사무실에 있던 무릅담요 2개를 들고선 말이죠(갑작스런 약속에도 완벽한 준비정신)! 지하철을 타고 여의나루역으로 바로 옆에 있는 고수부지에 가서 맥주 500cc 2개, 과자 1봉지, 핫바와 소세지, 물, 떡볶이를 사는데 든 돈은 13,500원! 원래 당연히 제가 사야 하는 건데 최저생계비 체험 중이라는 이유로 1/N을 했습니다. 언니가 되서 너무나 미안하게도 말이죠.

                                                     <고수부지에서의 만찬 & 술자리>

그리곤 매우 큰~ 파라솔 밑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서 동생과 함께 맥주를 마셨습니다. 우리가 앉아서 수다 떨기 시작한게 7시 40분 쯤이었던 것 같은데, 여의나루역에서 지하철을 탄게 11시니까 3시간을 넘게 고수부지에서 수다를 떨었네요. 연애&사회생활 변하지 않는 화두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잘 알면서도 아는만큼 시행하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하구요.

오늘은 점심, 저녁 모두 W의원실 사람들과 보냈네요. 점심은 언니와, 저녁은 동생과... 동생과 맥주마시는데 언니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잘 훈육하길 바란다 오바!" 언니는 저녁약속이 있다고 함께 못한 대신 그녀를 저에게 맡긴거지요! ^^

오늘 총 지출은 점심 2,700원+커피 2,000원+맥주 등 6,750원 총 11,450원입니다. 하지만 이 돈으로 너무나 큰 행복을 얻었으니, 이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최저생계비로도 나름 즐겁게 행복하게 살수 있단 것 보여주고 싶습니다. 남은 날들도 계속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어요. 지출내역 말고 기분이 말이죠! ^^